왕초보의 목수학교 입문기 2탄 - 사방탁자, 나무 독서대. 반완제품으로 뚝딱

목수학교 11주차 새로운 작품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사방탁자. 쇼파 옆에 두고 협탁으로 사용하거나 베란다에 두고 화분 받침대로 쓸 만한 그런 사방탁자다.
목수학교 작품 중 공구함이 젤 어렵다고 했는데, 어려은 과정 끝나서인지 아니면 재료가 정말 간단해서인지 엄청 빨리 끝날 것 같았다.
실제로 사포질이나 오일링을 두번에 걸쳐 하느라 오래 걸렸을 뿐 조립하거나 톱질 등 큰 힘이 들어가는 건 없이 나름 싱겁게 끝났다.


이렇게 이미 다 재단된 기둥들에 받침대 역할을 할 합판홈을 파거나(기계로) 기둥 간 연결을 위한 고리구멍을 파거나(역시 기계로) 로 끝이 난다.
물론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 정확한 계산과 재단은 필요했고 기둥 사이를 연결할 구멍을 파는 기계는 처음 써 봤다. 그러니 이번 시간도 무척 새로웠던걸로!
저 구멍 메우는 단추같은 아이 이름을 모르겠네. 여튼 저 아이를 넣기 위해 구멍을 뚫는 데 사용했던 기계다. 나무의 크기에 맞춰 기계를 조정해두고 힘을 줘 구멍 뿅 하고 만드는 기계.
저건 작은 버전이고 더 큰 기계가 있었는데 큰 기계는 눈금있는 곳에 구멍 뚫을 위치를 잘 맞춰야해서 더 어려웠다.
그리고 기둥 1개당 4개 구멍에 4개 기둥을 해야 하니 총 16번의 힘을 줘야 해 꽤 힘들었다. 그럼에도 직접 완성하기 위해 끙차끙차.
구멍 뚫을 땐 너무 빨리 하지 말고 천천히 뚫어야 한다. 빨리 뚫으려니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무가 얽히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내부에서 제대로 안 파지는 듯하다.
여튼 성미 급한 난 여러 번 속도 냈다가 교수님과 조교님 두분께 모두 지적을 받았다. 성격을 느긋하게 바꿔보자.
이건 사포질 할 때 유의사항 기록용.
구멍 뚫린 곳으로는 사포질을 조심하라하여 구멍이 뚫리지 않은 부분으로 사포질 했던건데, 왜 조심해야 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구멍에 본드칠하고 버튼을 넣어 좌우 기둥 고정(pic 위)
이렇게 본드가 잘 접착되도록 클램프 라는 도구로 본드칠 한 면들을 고정한다.(pic 아래) 고정은 20분 정도.
클램프는 저렇게 큰 아이들도 있지만 저보다 1/3정도의 작은 아이들도 있고 큰 집게 같은 아이들고 있다. 그 집게 같은 아이들은 오늘 독서대 만들며 처음 써봤다.
그리고 혹 요령이 있다면 클램프 사용하지 않고도 작업대 바이스(고정판)에 고정을 해둬도 된다. 기구가 다양하듯 자신만의 방법으로 완성해나가는 게 공예의 매력인 듯 하다.
생각해보면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만질 때도 같은 디자인을 서로 다른 툴들을 사용해 만들곤 한다. 공예도 마찬가지, 나만의 요령을 찾아내는 게 중요함을 알게 됐다.
(물론 위 요령은 다른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 이렇게 서로의 팁을 공유하는 것도 공예의 매력!)


그렇게 고정을 한 후에는 눕여서 합판을 씌우고 덮고 사포질하고 오일로 마감하면 끝! 공구함에 비하면 아주 쉽게(?) 끝난 작업이다.

오일 바르느라 이름표를 따로 못 써둬서 내것임을 기록하기 위해 점과 기름 덜 먹은 부분 찰칵.
오일은 너무 흥겁게 해서도 안되지만 안 먹는 부분이 없도록 해야하는데, 마냥 바르다보면 왜인지 안 먹는 부분이 있고 흥건한 부분이 있다.
조교님이 바르는 걸 보니, 무조건 오일을 듬뿍 머금기 보다 적당히 묻혀서 힘을 줘 나무에 오일을 발라야 한다. 그러면 흥건하거나 모자란 곳 없이 균일하게 발린다.
너무 많이 바르면 바른대로 얼룩덜룩할 수 있기에 적당헤 찍어 힘 있게 바르는 게 아주 중요하다.
남은 작품은 오일 작업을 아주! 예쁘게 해두는 게 목표다.


사방탁자는 학교에서 오일을 2주에 걸쳐 2번 발랐다. 한주 전 오일 바르고 일주일 뒤 다시 사포질하고 오일을 바른다.
이렇게 여러 번 오일을 발라야 예쁘기도 하고 내구성도 커지고 그렇단다.
그렇게 다시 사포질을 해서 거칠게 만들고 (pic 위) 오일을 발라서 완성. 한 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 6주 만에 작품을 가져간다.

지난 첫 작품 끝났을 땐 교수님께 호두나무 수저를 선물 받았는데, 두 번째 작품이 끝나고 나선 조교님께 우드카빙 재료를 선물 받았다.
위 사진에서 맨 왼쪽은 보안 이유로 노출을 금지했던 수저라서 모자이크 꽁꽁. 그리고 오른쪽으로 두개는 조교님이 우드카빙으로 만든 버터나이프.
모자이크 옆에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가 조교님이 내게 선물해 준 우드 블랭크(빈 목재)다.
방학을 맞아 열심히 우드카빙을 하는 조교님을 보며 힐링을 해왔다. 그렇게 우러러 본지 2-3주, 직접 해보라며 요로코롬 선물해줬으니 얼릉 나이프 사서 완성해가는 게 인지상정!
사각사각 내 미숙한 손으로 투박한 작품 완성해야지. 감사❣️

1학기 종강을 한 주 앞둔 15주차엔 수요 정규 수업대신 주말을 이용해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사방탁자처럼 어느 정도 완성된 재료들로 완제품 만드는 것.
올해는 산림청에서 납품 의뢰를 받았다는 전통 문양이 새겨진 나무 독서대(책 받침대)를 만들었는데 소요시간 2시간 중 한 시간은 사포질에 사용된다.
구멍이 많은터라 구석구석 톱밥이 많은데, 멀리서 볼 땐 모르다가 가까이서 보니 왜이리 거친지. 톱밥 정리하느라 팔이 다 빠질 뻔했다. 덥고..
이날 내가 맡은 아이는 몇 달 전부터 목공방에 다니던 아이었다. 목공에 관심가지니 어머니가 근처 공방 알려주셔서 혼자 다니는데, 그래서인지 나보다 더 잘한다.
나처럼 약간 대충대충 하는(가령 삐죽 튀어나온 톱밥들 모른 척 넘어가는) 성격이긴 해서 잘 맞았는데, 본 지 몇 분 됐다고 장난도 치는 이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좋아하는 취미가 생기다니 그것도 멋지다. 아 나도 피아노친 게 취미라면 취미였을까?


여튼, 아이들과는 뚝딱 제품 완성하고 목수학교 선생님들은 남아서 추가로 재료 받고 하나씩 자신의 독서대를 만들어갔다.
선생님들도 모두 사포질이 힘드셨는지 샌딩으로 시작하신다. ㅋㅋ 큰 밸트샌딩부터 자그마한 샌딩기까지 동원해 굵직한 톱밥 정리하고 자잘한 것만 손으로 마무리했다.
이거시 바로 연륜의 힘! ㅋㅋ
사진 두 번째의 네모는 차 받침대.

그렇게 완성한 독서대 짠!
20대 초반부터 쓰던 크고 무겁던 나무 독서대가 이집 저집 옮겨가는 동안에도 멀쩡하더니, 작년에 한 번 떨어트린 이후로 삐그덕 대다 아예 나무가 조각났다.
그 뒤로 문구점에서 그냥 작은 철제 독서대를 구매해 아이패드 볼 때도 쓰고 도서관에 책보러 갈 때도 들고 다니며 아주 애용했다.
그럼에도 늘 나무 독서대에 대한 미련은 있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가벼운 제품을 (절반은) 직접 만들어 얻게 돼 아주 흡족하다.




메인 받침은 얇으나 받침 뒤를 둘러싼 4면의 테두리 나무가 더해져 두툼해졌다.(pic2) 테두리 나무에 본드를 붙여서 일차 완성하고 기울기를 위한 뒷면 받침도 더하면 끝.
대박 심플. 이렇게 쉽게 만들기 위한 분해(?) 아이디어도 정말 능력이다. 예술 작품들은 정말 아이디어, 창의력이 전부인 듯.


여튼 그렇게 작품을 손 쉽게 완성했으나 책을 고정시킬 발이 재고가 부족해 그냥 데려왔더니 독서대 기능을 완성시킬 수 없었다.
두께가 두꺼워 책 클립으로는 고정이 안될 것 같았는데 역시나 안 된다(pic 위). 책을 올려둘 바닥쪽에는 집게가 들어가긴 하나 책까지 고정되진 않는다. (pic 아래)
당분간은 핸폰으로 고정시켜두거나 해야 할 듯 하다. 책 볼 때마다 불편하면 아이디어가 생각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