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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나가버린 아카시아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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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게 전, 집 근처 도서관에 갈 때면 아카시아 향기가 물씬 나는 게 무척 행복했다.
향기로운 이 향이 무엇인지 이리저리 찾다 아카시아 나무인 걸 알게 됐고
그 후에 하하의 아카시아 라는 노래도 왜이렇게 좋은지 듣고 듣다가 가사도 몽땅 외울 지경이 됐다.

그렇게 행복한 아카시아 향이 작년부터 다시 생각나서
(실은 향은 기억은 안나지만 아카시아 향이 좋았다는 기억이 나서) 동네 아카시아 명소를 물었다.

송내공원에 초입부터 아카시아 향에 취한다기에 여름이 오기 전 얼른 다녀와야지 했던 게 작년 봄.
그리고 오늘, 또 한 번 생각나서 주말 이른 아침 일어나 도서관 가기 전 공원을 먼저 향했는데
걱정스럽게도 향이 안난다. 언제쯤 향이 나려나 느긋느긋 걸어 공원을 걸어도 향이 안난다.
한참을 돌다 정자에서 쉬고 계신 할머님께 여쭸다. “아카시아 나무가 어디있어요?”
할머님은 내 등 뒤를 가리키며 “이게 다 아카시아 나무야, 꽃은 진즉에 다 졌지”

아… 결국 올해도 아카시아 향을 놓쳤다. 아직은 아쉽지 않아서 할머니 옆자리 앉아 있으려니
맞은편에 있는 밤나무를 알려주신다. 할머니 말씀처럼 밤꽃 향은 그럭저럭 별로네.

아쉬운대로 밤나무라도 보고 있으니  양산 접고 그늘진 의자에 앉아 바람을 느끼라는 할머님 말씀에
햇빛 피해 다른 의자에 앉아 있는데, 할머님은 그대로 일어나 길을 내려가시고 난 왠지 눈물이 나왔다.

아카시아 향을 올해도 못 맡았다는 생각에, 너무 늦었나, 또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그리고 친절하신 할머님 말씀에 자꾸 눈물이 나온다.

아카시아에 큰 추억 없는데, 왜 나는 주말 아침 겨우 뜬 눈으로 먼 공원을 찾아와
이미 져버린 아카시아 꽃을 찾으며 우는걸까? 이러려고 주말 일찍 잠에서 깬건가.

서글펐던 하루다.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