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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왕초보의 목수학교 입문기 - 1탄 첫 작품 공구함 완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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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수요목수학교 개강 후 11주를 채웠다. 지난 10주차에 드디어 첫 번째 작품 공구함을 완성했다.
조합자와 끌, 톱을 이용해 주먹장을 그리고 도려내고 짜맞추기까지 많은 계산이 들어가서 어려웠다. 톱질할 땐 힘이 안들어가서 힘들고 도안 그릴 땐 머리가 안돌아가서 힘들고 마무리할 땐 섬세하지 못해 힘들었다. 교수님과 조교, 함께 수강하는 선생님들이 내 작품의 1/3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번째 날, 빼꼼히 교실을 들어서니 저 앞에 계신 한 선생님이 “어세오세요 반장님!”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디 앉아야할지 방황하고 있으려니 콕 찝어 자신의 자리 앞으로 날 안내하셨고 그렇게 맨 앞자리 앉게 됐다. 다음 한 주가 지나 세 번째 날 늦게 교실에 들어서니 다른 한 분과 얼떨결에 자리가 교체됐다. 이날 하필 수업 내내 짝궁이 될 뻔했던 지난주의 선생님께서 지우개를 선물로 주셨다. 지우개를 선물 받고 짝궁이 교체됐다.


아주 초보적인 연장들.
실제로는 내 키와 몸보다 10배는 큰 기계들을 사용해 목공을 더 많이 할텐데, 초보 목수들은 연장도 아기다. 기계를 사용해 기성제품을 만들어내도 어딘가 튀어나온 곳을 다듬고 나만의 결과 둥글기를 만들려면 여전히 필요한 공구들이다.

작품 하나를 다 완성하기까지 여전히 사용해야 하는 도구들이고 20년 경력의 목수 교수님도 끌을 이용해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을 한다. 아기한 연장이라고 썼지만, 그렇지 않음을 다시금 새기며 손에 익숙해지도록 더 사용해보고 사용해볼테다.


무딘 끌을 갈아 날카롭게 만들었다. 실은 한 쪽이 더 무디게 갈려서 완성은 교수님이 해주셨고 그 뒤로 한 번도 끌을 갈아본 적이 없다. 끌 가는 도구가 젤 무섭다 사실..


넷째, 다섯째 시간들이 지나가며 짜맞춤을 해보는데, 사진처럼 아주 비루한 실력이다. 기껏 계산하고 톱질하고 끌질하고 짜맞췄더니 들어가지지가 않아 누름판 같은 기계로 꽈악 고정시켰다.
그 누름판 같은 기계는 다른 선생님들께서 사용하신 걸 본 적이 없을 만큼.. 나만 제대로 못 만들었음을 알게 해준 기계였다.

분명 맞춰서 넣었는데 고정이 되지 않고 들 뜬 곳이 있는 내 작품을 보고 “열심히 했는데 이러면 속상하지”라며, 기꺼이 또 한 번 내 수업을 완성시켜 주신 교수님 덕분.


이 사진들은 기록용.


합판을 끼워넣을 홈들이 서로 안맞고 합판이 홈보다 더 넓어 나무 이가 나가고 짜맞춘 나무들을 풀다가 또 한 번 이가 나갔다.

나무 이가 나가고 갈라질 때마다 같이 속상해하셨던 교수님과 선생님들의 말씀과 걱정이 귀에 아직도 남는다.
상처들을 보며 슬픔이 아닌 웃음이 나오게 되다니, 목공 수업의 참 맛인가보다.


6/7

최종 오일 작업 전, 교수님께서 호두나무로 만드신 나무수저를 선물해 주셨다.



6/14

목수학교. 카펜터스쿨. Carpenter School.
교수님과 저녁 식사한 날, 일찍 교실에 들어서니 레이저 각인 작업이 한창이다. 첫 작품 완성날이라 카메라도 챙겨갔는데 덕분에 귀한 작업을 볼 수 있게 됐다.


감사한 교수님과 조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