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시립상동도서관 1층에는 사서와 출판사가 큐레이팅한 책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고르는 족족 걸작이다.
남편의 아름다움 -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제목부터 이끌려 뽑았는데, 본문 내용이 심오하면서 마음을 울리고 외국 서적인데 마치 한국 작가의 시 같은 문단을 구성한 게 무척 맘에 들었던 책이다. 한 시간이면 읽을 만한 적당한 분량이라 공부하다말고 푹 빠져버려 읽었던 책.



앞서 읽었던 책이 중국 작가 찬쉐의 마지막 연인이었는데 그 책과 방향이 거꾸로 간다.
마지막 연인은 권태에 빠졌던 연인이 다시 되돌아온다면, 남편의 아름다움에선 다른 여자에 빠진 남편이 아내에게 돌아왔지만 아내가 멀어진다.


사실 아내가 멀어지는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내 감상으로는 아내가 레이에 빠진 거 같은데, 그래서 남편이 돌아와도 무심했던건데 왠지 책 끝에는 여전히 남편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는 아내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둘이 함께 진지해질 수 있다면,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다.
…
알코올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언제부터 이 청교도적인 새로운 취향을
갖게 된 걸까?
남편이 무려 술 없이 다른 여자와 마주 앉아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아내가 봤다.
내 가슴이 다 찢어지는 상황이다.

아무튼 결론은 아내는 여전히 남편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중.
==
요즘 이런 아름다움이 유행하는건가.
왜 마지막 연인과 남편의 아름다움 둘다 (남성에 대한) 아름다움의 이야기이고, 나는 제목만 보고서도 같은 내용을 고르게 됐다니..
아니면 내 머릿속에 아름다움이 박혀있어서 해석이 이렇게 흘러가는걸까?
지난 3월엔 백수 생활의 처량함에 빠져 처절한 주인공들의 책을 읽더니, 이 두 책은 그때완 다른 요즘 나의 심정을 대변하는가보다.
- 저자
- 앤 카슨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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