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만에 몰입해 읽으면서도 다음 장을 넘기기가 무섭고 또 빨리 넘기고 싶었던 책. 단숨에 읽으려다가 내 맘이 통제가 안 되는 기분이라 중간까지 읽고 억지로 책을 덮었다가 한숨 돌리고 다시 읽었다.
후반전을 읽고서도 여전히 가슴이 갑갑하고 숨이 막히는 게, 이거 소설이 맞는지 아닌지 현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게 했다.
어쩜 이렇게 흡입력있는, 놀라운 소재를 다 꺼냈지? 한강 소설 흰을 읽었을 때만큼 무섭게 빨려들어간 책이다.
진짜로 살을 먹은건지 작가한테 물어보고 싶다. 나도 훗날 사랑하는 사람 죽으면 그 사람을 먹어 내 몸에 가둘만큼 미치게 될까 궁금하다.
담이 혼자 이모의 죽음을 겪었을 걸 생각하며 가슴 아파한 구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구가 다른 여자와 한 우산을 쓰고 한 집에 들어가는 걸 본 담이가 쓰레기더미를 뒤져 구의 흔적을 찾으려 할 때는 20대 중반 연애 막 시작했던 내가 생각났다.
옆에 있어서 힘이 되는 게 아니라 불행도 함께 가는 거라고 말하는 담이가 이해되는데 되려 화내는 구가 꼭 누구의 모습 같았고.
군데군데 내 모습과 상대방의 모습, 상황이 떠올랐던 책.
하지만 기다림은 공장 문 앞이 아니라 구와 헤어질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런 기다림을 죽음 이후에 또 시작해야 한다니, 내가 다 갑갑하다 담이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나는 요즘 고르는 책 족족 내 생활과 딱 드러맞는 경우가 너무 많다. 걱정하는 맘 없어서 흉한 짓 하게 될까 걱정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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