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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마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민음사) - 이것이 수미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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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어야겠다.
박은빈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책 제목인데(물론 드라마는 안봤지만 제목은 알지) 막상 읽으니 내가 상상했던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분위기 역시 박은빈의 분위기를 상상해서인지 왜 나는 또 이런 책을 집었는가, 책과 나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건가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달 읽은 남편의 아름다움과 비슷한 내용에 아주 사실적인 대화와 상황들이 상당한 흡입력이 있다.
그러고보면 연애 후 결혼 그리고 그 이후의 권태, 불륜 이런 내용의 책들이 참 많은 듯하다. 드라마랑 맥을 같이 하는건가.

몇년 전 읽었던 낭만적 연애와 그 이후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의 내용.

여튼 도입부에서 책 내용 다 말한 듯.


로제는, 아마도, 가끔은 그녀를 필요로 하리라……. 하지만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입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어쩌면 그녀는 로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이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그는 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게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져나갔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두죠.”




그녀는 스스로의 유보적인 태도에 신물이 났다. … 그들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 로제는 현재의 생활에 진력이 나면 그녀를 되찾으려 하리라.



그리고 ..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


===
후반부 갈수록 설마 했는데 결국 혹은 역시나로 전개됐다. 그래서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럴 것 같았다.
시작과 끝이 문장이 같진 않아도 아무튼 같다, 수미상관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사강이 스물넷의 나이에 쓴 이 작품은, 일상을 배경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다른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그녀에게 깊은 고독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만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젊고 순수한 청년인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가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도 그 끝을 예감하는데….
저자
프랑수아즈 사강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8.05.02